SOLIS미래로 가는 길
KO
제 04 장

안전, 방위, 평화

강물이 불어난 밤, 도시의 모든 화면에 같은 표시가 떴다. 경계 강화, 열한 시 십 분 발령, 세 문장으로 된 근거, 수요일까지 유효. 마라는 재난 구조대와 함께 제방에 서 있었다. 남편 요나스는 요양원에서 자기 팀과 함께 침대를 위층으로 옮기고 있었다. 수요일에 수위가 내려가자 그 단계는 누가 끝낼 필요도 없이 저절로 만료되었다. 그 밤에 필요했던 권한은 목요일이 되자 다시 사라졌고, 추첨으로 뽑힌 기구가 보고서를 읽었다.

모든 질서는 결국 많은 구상이 비켜 가는 한 가지 물음 위에 서 있다. 누가 강제력을 쥐는가. 막스 베버 이후로 국가는 정당한 강제력의 독점을 주장하는 심급이다. 이 독점, 곧 경찰과 국방과 최후의 강제를 지휘하는 자는 다른 기관들이 아무리 꼼꼼하게 정돈되어 있어도 마지막 심급에서 나머지 모든 것을 지배한다. 권력은 나누면서 강제력은 나누지 않는 고리는 겉치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이 장의 원칙이 나온다. 안전은 질서의 예외가 아니라 질서의 가장 날카로운 적용이다.

누가 칼을 쥐는가

유혹은 안전의 이름으로 규칙 위에 서는 심급을 만드는 데 있다. 비상시를 위해, 모두를 지키기 위해, 정해진 기간 동안만. 역사에서 거의 모든 자유가 바로 이 자리에서 죽었다. 한번 넘겨준 비상 권한은 좀처럼 되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폭풍을 견디라고 만든 권력은 폭풍보다 오래 남는다. SOLIS는 여기서 강제력이 통제를 벗어나는 자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누가 파수꾼을 지키느냐는 오래된 물음에 대한 대답은 여기서도 더 높은 파수꾼이 아니다. 어디서나 그렇듯이, 누구도 눌러앉을 수 없는 구조다.

고리에 매인 강제력 기구

네 가지 구성 요소가 정치권력을 묶듯이, 네 가지 구성 요소가 강제력을 묶는다. 첫째, 일부 추첨으로 채운 기구에 의한 민간의 감독이다. 무장한 기관을 감시하는 것은 그들과 같은 이들이 아니라 시민 전체이며, 안보 병력의 지휘부는 의회 옆이 아니라 의회 아래에 있다. 둘째, 지휘권의 순환과 관직의 기한이다. 강제력 주위에 오래 가는 담합도, 개인적 추종 집단도 생겨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셋째, 명령과 집행, 그리고 지시와 심사의 분리다. 강제력의 사용을 명령하는 사람이 그 적법성을 함께 판정해서는 안 된다. 넷째, 모든 출동, 모든 지시, 모든 조달을 빠짐없이 따라가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무기와 장비는 숨은 영향력 없이 장부를 펼친 열린 절차로 조달하며, 강제력에 쓰이는 어떤 것도 어둠 속에서 생겨나지 않는다.

이 구성 요소들 위에 움직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질서의 강제력은 결코 안으로 정치적 반대를 향해서는 안 된다. 미디어 질서의 개입 절차가 SOLIS에 대한 비판을 결코 겨냥해서는 안 되듯이, 안보 기구는 질서에 반대하는 이들을 결코 겨냥해서는 안 된다. 이 한계가 질서의 보호가 질서를 굳어 버리게 하는 도구로 바뀌는 것을 막는다.

경찰국가 없는 내부 안전

SOLIS에서 내부의 안전은 무엇보다 감시와 위협이 아니라 그 원인을 없애는 데서 생겨난다. 누구도 궁핍이나 배제나 앞날의 막막함 때문에 범죄로 내몰리지 않는 곳에서는 순찰이 찾아 나서기 전에 범죄가 줄어든다. 그럼에도 보호해야 하는 곳에서는 가장 온건한 수단의 원칙이 적용된다. 강제는 되도록 적게, 강제력은 오직 강제력에 대한 대답으로만 쓴다. 안보 병력은 공동체의 점령군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부다. 그들은 개입하는 법만큼이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법을 훈련받고, 자기가 근무하는 곳에서 얼굴이 알려져 있다. 여기에 책 전체를 꿰뚫는 비대칭적 투명성이 적용된다. 완전한 투명함은 권력에, 모든 출동과 모든 지시와 모든 수단에 적용되고, 개인의 삶은 사생활의 보호 아래 놓인다. 그렇게 SOLIS는 감시의 방향을 뒤집는다. 기구를 숨기고 시민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을 보호하고 기구를 들여다본다.

스스로 끝나는 예외

꼭대기 없는 질서도 위급함이 숙의를 허락하지 않을 때는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SOLIS는 예외를 미리, 누구나 아는 공개된 단계 모델로 정해 둔다. 평상시에는 보통의 규칙이 적용된다. 경계 강화 단계에서는 훈련과 비축물 보충과 핵심 시설의 보호 강화가 허용된다. 부분 동원 단계는 대피소를 열고, 예비 인력을 부르며, 위험이 있는 곳에 힘을 모은다. 끝으로 전면 동원 단계는 대피, 수단의 재배치, 국경을 넘는 구호 통로의 개방을 허용한다. 각 단계에는 분명히 한정된 권한이 따르고, 공개적으로 발령되고 근거가 밝혀지며, 만료일이 있다. 의회의 새 의결이 없으면 저절로 끝난다.

예외를 비상 권한과 가르는 것은 해체의 의무다.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그때 필요했던 것, 곧 권한과 데이터 수집과 배치와 비축물은 다시 거두어들인다. 일부 추첨으로 채운 기구가 모든 조치를 사후에 심사해 그것이 필요했고 비례에 맞았는지 따진다. 그래서 SOLIS는 몇 시간 안에 행동할 수 있으면서도 그 몇 시간이 몇 해로 바뀌지 않는다. 위급함은 필요한 것을 얻되, 그 가운데 아무것도 남겨 두지 않는다.

공격 없는 대외 방위

무장한 힘은 역사에서 언제나 양날의 칼이었다. 보호를 주었고 파괴를 가져왔으며, 안정을 지켰고 두려움을 부추겼으며, 민족들을 지켰고 전쟁을 일으켰다. 고전적인 체계에서 군대는 흔히 국익, 힘의 과시, 자원 확보, 영향력 행사에 쓰이며, 그 결과 침략 전쟁과 군비 경쟁과 내부의 억압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SOLIS에서는 밖을 향해 모든 것이 걸린 구분이 적용된다. 공격은 금지되고, 방위는 정당하다. SOLIS는 강제력으로 세워지지 않으며 누구도 굴복시키지 않는다. 그렇다고 관용의 이름으로 자신이 파괴되도록 내버려 둘 의무도 없다. 정의로운 무언가를 이룬 사회는 스스로 침략자가 되지 않으면서 그것을 지킬 수 있다.

교리는 오로지 방어적이다. 방위는 공격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고, 핵심 기반 시설과 데이터와 공급을 지키며, 생태계와 자원을 보전한다. 전력망에 대한 공격은 사이버 방위로 막아 내며, 그 과정에서 SOLIS 스스로는 확전하지 않는다. 체계는 층위로 조직되어 있다. 사이버와 정보 공간, 하늘과 우주, 땅과 바다, 그리고 민방위이며, 그 힘들이 조율되어 함께 움직인다. 이를 떠받치는 것은 모듈 단위로 훈련받고 평소에는 자기 직업에 종사하는 예비 인력이다. 공격 임무도, 혼자서 전쟁을 수행하는 기계도, 생명에 관한 최종 결정이 인간의 손에 있지 않은 무기도 없다. 인공지능은 위협을 알아보고 분류할 수 있지만, 인간의 승인 없이 사람을 죽이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군 지휘부는 언제나 민간의 통제 아래 있으며, 그래서 SOLIS의 모든 권력이 그렇듯 고리의 감독과 법 아래 있다.

밖을 향해 SOLIS는 신중함의 균형을 찾는다. 공동의 조기 경보 체계, 군비 통제, 질서들 사이의 비상 대응 규약, 그리고 스스로를 묶는 사회가 홀로 서지 않도록 그 원칙을 함께하는 이들과의 동맹이다. 방위 능력은 존재한다. 억지할 만큼 충분하되, 스스로 위협이 되지 않도록 묶여 있다. 그렇게 SOLIS는 방위를 공격과 힘의 과시라는 논리에서 풀어낸다. 군비 경쟁도, 침략 전쟁도, 자국민을 향한 투입도 없고, 인간과 지구의 보호가 있을 뿐이다.

지구 방위와 민방위

모든 위험이 제복을 입고 있지는 않다. 지진, 홍수, 전염병, 기술적 사고, 전력망을 위협하는 태양 폭풍, 충돌 궤도에 들어선 천체는 대부분의 적보다 사람들을 더 세게 때리며, 국경을 묻지 않는다. 그래서 SOLIS는 보호 구조와 민간의 과제를 묶어 지구 방위를 이룬다. 별도의 부대인 재난 구조대는 기동성이 매우 높도록 훈련받으며, 자연재해와 전염병과 기술적 사고와 우주에서 오는 위협에 대응한다. 지진이 난 뒤에는 대피를 돕고, 비상 전력을 공급하며, 의료를 지킨다. 일찍 발견된 소행성은 막아 내고, 그동안 민방위는 대피를 준비한다.

민방위는 이 질서에서 위급할 때 견뎌야 하는 모든 것이 그렇듯 분산되어 지어져 있다. 흩어진 비축물, 대피소, 비상 에너지, 여러 겹으로 확보된 연결망, 그리고 후견받는 대신 훈련받은 사람들이다. 위험이 인류 전체를 덮칠 때 지구 방위는 세계 질서를 다루는 장에서 이야기할 행성 방위의 일부가 된다. 그것은 공동으로 떠받쳐지고, 그 자체로 다시 고리에 매여 있어, 종말로부터의 보호가 결코 한 세력의 부상을 위한 구실이 되지 않게 한다.

적극적인 일로서의 평화

그러나 가장 깊은 보호는 기구가 아니라 강제력을 부르는 이유가 없는 상태다. SOLIS에서 평화는 갈등과 갈등 사이의 휴식이 아니라 계속되는 일이다. 긴장을 일찍 누그러뜨리고, 불의가 폭력이 되기 전에 바로잡으며, 국경을 넘어 이해를 가꾸고, 위기가 닥쳐서야 시작하지 않는 외교를 펴는 일이다. 사회가 예방과 교육과 정의에 쏟는 것은 무기에 쏟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SOLIS가 자신을 가장 효과적으로 지키는 길은 더 세게 치는 것이 아니라 폭력이 생겨나는 불씨를 없애는 것이다. 이 질서에서 힘은 공격이 아니라 절제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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