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IS미래로 가는 길
KO
제 02 장

사회와 권력의 질서

편지는 화요일에 왔다. 마흔한 살, 강과 강변을 맡은 사업체에서 일하는 수리 기술자 마라는 추첨으로 1년 동안 지역 의회의 일원이 되었다. 그는 한 번도 공직을 바란 적이 없었고, 거절할 수도 있었다. 첫 회의 날 그는 선거로 뽑힌 농부와 추첨으로 뽑힌 요리사 사이에 앉았고, 그들 앞에는 읽고 싶은 사람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지역 예산안이 놓여 있었다. “아무것도 몰라도 돼요.” 이미 두 해째인 요리사가 말했다. “이해될 때까지 묻기만 하면 돼요. 우리가 여기 있는 건 그 때문이에요.”

기본권과 그 사이의 저울질

SOLIS의 중심에는 이중의 약속이 있다. 당신은 자유롭고, 보호받는다. 당신을 짓누르지도 홀로 내버려 두지도 않는 공동체의 일원이다. 당연하게 들리지만, 기존 질서들은 바로 여기서 자주 실패한다. 그 질서들은 종이 위에서는 완전하지만 삶의 현실에서는 텅 비어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학교가 무너져 가는 곳의 교육받을 권리, 재산에 좌우되는 건강할 권리, 경제적 힘이나 알고리즘의 힘에 입이 막히는 표현의 자유가 그렇다. SOLIS는 여기서 원칙적인 결론을 끌어낸다. 권리는 그것을 실제로 지켜 주는 장치만큼만 강하다. 선포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고, 잴 수 있고, 법정에서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SOLIS가 보장하는 기본권에는 생명권과 몸과 마음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 의견과 신앙과 양심의 자유, 그리고 이동과 집회와 교육과 직업 선택의 자유가 포함된다. 여기에 존엄한 삶의 물질적 토대에 대한 보장된 접근이 더해진다. 물, 먹을거리, 주거, 에너지, 교육, 건강, 참여다. 이 마지막 보장은 시혜가 아니라 다른 모든 자유의 조건이다. 굶어 죽을 자유는 자유가 아니며, 돈이 없어 고칠 수 있는 병으로 죽을 자유도 자유가 아니다. 인간을 넘어 SOLIS는 자연적 생명의 터전에도 고유한 보호의 권리를 인정한다. 그것이 어떻게 효력을 얻는지는 지구를 다루는 장에서 펼쳐진다.

이 권리들이 추상에 머물지 않도록, 권리는 절차와 기관 안에 뿌리내리고 그 실제 상태는 끊임없이 조사된다. 기본권의 관찰은 이 장에서 곧 소개할 독립적인 투명성 및 심사 기구의 과제다. 이 기구는 사람들의 실제 자유와 존엄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잰다. 법조문이 아니라 삶의 현실에서다. 특정 집단이 체계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 그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이렇게 권리의 보장은 그것이 지켜지는지 확인할 의무를 함께 담는다.

절대적 바닥과 저울질의 절차

가장 어려운 경우는 한 권리의 침해가 아니라 두 권리의 충돌이다. 여기서는 현명하고 상황에 맞는 판단에 맡기자는 말로 충분하지 않다. 그 말은 실제 결정을 결정하는 사람들의 재량으로 옮겨 놓을 뿐이기 때문이다. SOLIS는 그 재량을 단단한 한계를 지닌 절차로 대신한다. 맨 먼저 절대적인 바닥이 있다. 인간의 존엄과 몸과 마음의 불가침성은 저울질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들은 하나의 문턱을 이루며, 그 아래에서는 어떤 재화도 다른 재화와 맞바꾸어 계산되지 않는다. 어떤 공익의 논리도, 어떤 효율의 이득도 그 침해를 정당화하지 못한다.

그 문턱 위에서는 정해진 비례성의 잣대에 따라 충돌을 판정한다. 권리를 제한하려는 쪽이 논증의 부담을 지며, 권리를 제한당할 쪽이 지지 않는다. 언제나 효과가 있는 가장 온건한 수단을 골라야 한다. 결정은 공개적으로 근거를 밝혀야 하고, 윤리 평의회와 사법의 심사를 받으며, 선례로 기록되어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같게 다뤄지게 한다. 이렇게 저울질은 선의의 문제가 아니라, 단단한 바닥과 분명한 입증 책임과 검증 가능성을 갖춘, 따라갈 수 있는 절차가 된다.

권력의 질서: 고리

모든 지배 형태의 역사에서 되풀이되는 문제가 있다. 권력은 스스로를 유지하고, 스스로를 강화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경향을 지닌다. 권력은 돈과 영향력과 연줄을 끌어당긴다. 이해관계가 서로를 덮어 주는 닫힌 집단을 만든다. 끝내 제도의 온전함과 시민의 신뢰, 그리고 길게 내다보며 행동하는 사회의 능력이 상처를 입는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고 다른 자리로 옮겨 놓기만 하는 질서는 오래 갈 수 없다.

왜 현자의 지배는 실패하는가

쉽게 떠오르는 대답은 가장 현명하고 가장 청렴한 이들을 꼭대기에 세우자는 것이다. 지혜와 삶의 업적과 성품의 굳건함을 꼼꼼히 가리는 절차로 고른 이들 말이다. 이 대답은 매혹적이며, 역사는 이미 그것을 반박했다. 플라톤의 철인왕, 중국의 관료제, 레닌주의 전위. 이 구상들은 모두 가장 뛰어난 이들을 고르겠다는 약속으로 시작해 권력의 집중으로 끝났다. 원인은 개인들의 실패에 있지 않다. 구조적 약점에 있다. 지혜와 청렴은 객관적으로 잴 수 없다. 질서가 그것을 선발 기준으로 삼는 곳에서는 선발 절차 자체가 가장 값진 재화가 되고, 그래서 장악의 표적이 된다. 거름망을 쥔 자가 체계를 쥔다. 그러므로 “그냥 좋은 사람을 뽑으면 된다”는 요구는 권력의 문제를 풀지 못한다. 그것을 더 통제하기 어려운 자리로 옮길 뿐이다.

SOLIS는 여기서 분명한 결론을 끌어낸다. 지도 기구를 더 아름답게 묘사하는 대신, 질서 스스로가 짚어 낸 그 역학에 맞서는 단단한 장치가 들어서야 한다. 그 장치는 꼭대기가 없다는 데 있다.

꼭대기 대신 고리

SOLIS에서는 꼭대기에 대통령도 군주도, 정당도 계산 기계도 서 있지 않다. 권력은 피라미드가 아니라 고리로 지어져 있다. 서로를 심사하고, 그 가운데 어느 것도 최종 심급이 아닌 기관들의 원이다. 이 원 안에 묶인 사람을 이 책은 ‘고리에 매인’ 사람이라 부른다. 새로운 상태를 가리키는 새로운 말이다. 묶여 있고, 서로 얽매여 있으며, 위로 빠져나갈 길이 없다.

의회는 규칙이 생겨나는 곳이다. 질서의 모든 층위, 이웃과 지역과 나라에서 의회는 자기 영역의 법과 예산을 심의하고 의결한다. 의회는 섞여서 구성된다. 한쪽은 자기 제안과 공개된 연고에 책임을 지는 선출된 사람들이고, 다른 쪽은 추첨이 정한 시민들이다. 선출된 부분은 강령과 책임을 가져온다. 추첨된 부분은 사회를 그 폭 그대로 회의장에 들이고, 선거마다 생겨나는 담합을 깨뜨린다. 어떤 집단도 혼자서는 의회를 움직일 수 없다. 추첨이 채우는 부분을 사들일 수도, 미리 제 편으로 끌어들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임기가 정해진 관직은 의회가 의결한 것을 집행한다. 관리하고, 짓고, 공급하고, 조직한다. 그 책임자는 열린 절차에서 적격성에 따라 임명되며, 임기가 정해져 있고, 바뀌며, 보고 책임을 진다. 어떤 관직도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모든 관직은 그 사람에게 빌려주었다가 다시 거두어들이는 것이다.

현자 평의회는 이 기관들 가운데 하나이지만 그 정점은 아니다. 그 과제는 장기적이고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방향 제시, 곧 하루하루의 물음을 넘어서는 생각이며, 이것이 다른 기관들에 구상과 저울질을 내놓는다. 평의회는 조언하고, 구상하고, 경고한다. 명령하지 않으며 혼자 결정하지 않는다. 그 힘은 판단에 있지 손에 쥔 권한에 있지 않다.

윤리 평의회는 모든 층위에서 토대를 심사하는 기관으로 활동한다. 법안과 영향이 큰 결정을 법적, 경제적 정합성만이 아니라 다섯 가지 토대와 양립하는지까지 심사한다. 학문, 철학, 예술, 돌봄, 수공업, 그리고 평소에는 목소리가 묻히는 집단에서 사람들이 고루 참여하며, 강한 심사권과 집행을 늦추는 거부권을 가진다. 질서의 가치에 근본적으로 어긋나는 흐름을 멈춰 세우고, 그 사안을 의회와 시민 전체에게 되돌릴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무제한의 권력이 아니라 영향력을 가진다.

사법은 모두에게 똑같이 구속력 있게 법을 적용한다. 결정적인 점은 그것을 고리의 다른 기관들에도 적용한다는 것이다. 어떤 관직도, 어떤 제도도 법 위에 서지 않는다.

끝으로 투명성 및 심사 기구는 고리가 작동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토대, 곧 정보에 대한 열린 접근을 지킨다. 결정과 자금의 흐름과 이해충돌을 따라가 볼 수 있게 하고, 기본권의 상태를 지켜보며, 한 기관이 지식을 혼자 쥐어 다른 기관들의 눈을 가리는 일을 막는다.

이 기관들은 원을 따라 서로를 통제한다. 의회가 의결하지만 윤리 평의회가 멈춰 세울 수 있다. 관직이 집행하지만 사법이 그것을 구속한다. 현자 평의회가 구상하지만 결정하지는 않는다. 심사 기구는 모든 것을 보지만 아무것도 명령하지 않는다. 어느 것도 다른 것들 없이 행동할 수 없고, 어느 것도 다른 것들 위에 서지 않으며, 통제의 사슬이 끝나는 자리가 없다. 피라미드와의 단절이 바로 여기에 있다. 꼭대기가 없는 곳에는 장악의 최고 표적도 없다.

층위와 보충성

고리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다. 질서는 층위로 지어져 있다. 이웃에서 도시와 지역을 거쳐 나라에 이르고, 세계 질서를 다루는 장에서 이야기할 행성 층위에까지 이른다. 각 층위는 그 자체로 의회, 관직, 윤리 평의회, 사법, 심사 기구를 갖춘 하나의 고리다. 층위 사이에는 엄격한 형태의 보충성이 적용된다. 위 층위는 아래 층위가 정말로 할 수 없는 일만 할 수 있다. 결정은 사람과 사안에 되도록 가까운 곳에서 내려지고, 권력은 위에서 아래가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흐른다. 놀이터는 이웃의 일이고, 정수장은 지역의 일이며, 기후 목표는 나라들의 연합의 일이다.

바깥의 닻인 시민 전체

제 안에서만 도는 고리는 닫힌 체계로 남을 것이다. 그래서 고리는 아래로 국민 안에 닻을 내린다. 시민 전체는 제도의 원 바깥에 놓인 단 하나의 매듭이며, 헌법을 제정하는 권력을 쥐고 있다. 시민 전체는 고리의 기관들을 해임하고, 그들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새로 구성할 수 있다. 현자 평의회와 다른 기구의 구성원들은 철회할 수 있는 위임에 따라 일한다. 그 권한은 빌린 것이지 가진 것이 아니다. SOLIS에서 권력은 상이 아니라 빌려준 것이다.

시민 전체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과 의회에 맡기는 것은 정확히 정해져 있어, 어느 쪽도 끝없이 불어나지 않는다. 시민 전체에 직접 속하는 것은 네 가지다. 질서 자체의 채택, 그 핵을 건드리는 모든 일, 그 기관들의 해임과 재구성, 그리고 의회가 회부하거나 충분한 지지를 얻은 청원이 끌어온 물음이다. 그 밖의 모든 것, 곧 법과 예산과 사업과 질서의 일상은 의회가 결정하며, 어차피 그 의회에는 추첨을 통해 시민 전체가 직접 앉아 있다. 그래서 국민의 권력은 뿌리로 남되, 수도관 하나하나가 국민투표에 부쳐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SOLIS가 분명히 피하는 위험이 있다. 순수한 직접적 다수의 권력은 질서가 처음부터 물리친 바로 그 힘들을 되불러올 것이다. 포퓰리즘, 조작, 반향실, 방향 없는 목소리의 소란이다. SOLIS는 이에 대한 대답을 이미 품고 있다. 시민 전체의 권력은 날것의 투표로 행사되지 않고, 숙의형 참여 체계를 통해 짜임새를 얻는다. 정보를 갖추고, 사실에 바탕을 두며, 조작으로부터 보호된다. 시민 전체가 결정하기 전에 시민들은 검증되고 다양한 정보의 바탕, 전문 포럼에 대한 접근, 윤리적 저울질을 돕는 수단을 얻는다. 그 바탕 위에서 비로소 결정한다. 그래서 국민의 권력은 정당성의 뿌리로 남되 포퓰리즘으로 뒤집히지 않는다.

이렇게 따로는 견디지 못하는 것들이 한데 맞물린다. 권력은 꼭대기 없는 고리이고, 고리는 국민 안에 접지되어 있으며, 국민의 권력은 숙의의 거름망을 거친다. 이것이 질서를 질서 자신에게 적용하는 일이다. SOLIS는 사회가 스스로를 다스리게 하는 바로 그 원칙에 따라 스스로를 다스린다.

장악에 맞서는 장치

이것이 단순한 원칙이 아니라 장치로 남도록, 고리는 네 가지 구체적 구성 요소에 기대고 있다.

첫째는 추첨이다. 의회와 통제 기구의 일부는 선출되지도 임명되지도 않고, 고대의 불레와 배심원단을 본떠 시민 가운데서 추첨으로 돌아가며 채워진다. 추첨은 미리 매수할 수 없다. 추첨 위에는 경력을 쌓을 수 없다. 추첨에서는 안정된 담합이 생겨날 수 없다. 추첨은 체계 안의 매수되지 않는 요소다.

둘째는 임기 제한을 둔 강제 순환이다. 권력은 한자리에 눌러앉지 않고 여러 손을 거쳐 지나간다. 누구도 한자리를 제 것으로 만들 만큼 오래 머물지 않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굳어 버리지 않는다.

셋째는 해임과 재구성의 권리다. 현자 평의회와 다른 모든 기관은 짜임새 있고 정보를 갖춘 시민 전체의 다수에 의해 해산되고 새로 구성될 수 있다. 파수꾼은 그 위임이 유효한 동안만 일하며, 그보다 오래 일하지 않는다.

넷째는 정보에 대한 권한과 결정 권력의 분리다. 어떤 기관도 무엇이 알려질지를 정하면서 동시에 무엇을 할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투명성 및 심사 기구는 지식의 바탕이 공유되고 열려 있도록 하여, 어떤 매듭도 정보의 독점으로 다른 매듭들을 지배할 수 없게 한다.

추첨과 전문 지식

반론이 쉽게 떠오른다. 우연히 뽑힌 시민이 어떻게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판단한단 말인가. 대답은 추첨이 맡는 과제에 있다. 추첨은 전문 업무가 아니라 통제를 채운다. 발전소를 운영하거나 수술을 이끌라고 추첨으로 뽑히는 사람은 없다. 운영하고 이끄는 이들이 정직하게, 비례에 맞게, 토대의 정신에 따라 행동하는지를 살피는 사람이 추첨으로 뽑힌다. 그러려면 전공 학위가 아니라 판단력과 시간과 좋은 정보가 필요하다. 정보는 심사 기구가 책임진다. 심사 기구는 추첨으로 뽑힌 모든 기구에 서로 반박해도 되는 여러 갈래의 전문가를 붙여 준다. 뽑힌 사람은 복무하는 동안 일에서 놓여나며, 그 복무는 기여로 인정된다. 할 수 없거나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거절할 수 있다. 강요하는 추첨은 그 존엄을 잃을 것이다. 그래서 우연은 아마추어리즘이 되지 않고, 배심원단에서 수백 년 동안 그래 왔듯이 매수되지 않는 공동체의 눈이 된다.

현자 평의회의 선출

이 구성 요소들에서 현자의 지배가 걸려 넘어지는 물음에 대한 대답도 나온다. 숨겨진 지혜의 거름망이 장악의 대상이 되지 않게 하면서 현자 평의회를 어떻게 구성하는가.

SOLIS는 닫힌 절차에서 후보자의 지혜를 판정하는 기구를 두지 않는다. 그 자리에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열린 절차가 들어선다. 후보는 널리 추천받고 공개적으로 검증된다. 그것도 공개되어 다툴 수 있는 잣대, 곧 입증할 수 있는 판단, 삶의 업적, 증명된 책임 능력에 따라서이지, 불투명한 ‘지혜’ 점수에 따라서가 아니다. 이 절차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추첨으로 정한 시민 기구다. 그 기구는 스스로 바뀌기 때문에 미리 매수할 수 없다. 헌법 제정의 최종 권력과 해임의 권리는 시민 전체에게 남는다. 임기는 제한되어 있고, 위임은 철회할 수 있다. 그래서 지혜는 단 한 번에 영원히 공인되지 않는다. 평의회는 언제나 책임을 지며,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

시간에 쫓기는 결정

숙의에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모든 상황이 그 시간을 허락하지는 않는다. 전염병, 둑의 붕괴, 전력망에 대한 공격은 몇 달이 아니라 몇 시간 안에 결정을 요구한다. 여기에 모든 질서가 빠지는 유혹이 도사린다. 위급함을 내세워 규칙 위에 서는 권한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그런 권한이 좀처럼 되돌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래서 SOLIS는 예외를 스스로 끝나도록 짓는다. 비상 권한은 가능하지만, 좁게 한정되고, 공개되며, 기한이 정해지고, 의회의 새 의결 없이는 연장되지 않는 만료일을 지닌다. 일부를 추첨으로 채운 기구가 모든 조치를 사후에 심사하고, 위급할 때 세운 모든 것은 해체할 의무를 진다. 질서는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빠를 수 있다. 빠름에는 시작할 때 이미 정해진 끝이 있기 때문이다. 이 단계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는 안전을 다루는 장에서 설명한다.

잘못할 수 있는 사람들과도 견디는 질서

권력 질서의 결정적인 시금석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작동하느냐가 아니라, 잘못할 수 있고 제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과 함께여도 공정함을 잃지 않느냐다. 고리는 바로 이 가정 위에 지어져 있다. 고리는 공직자가 지혜롭고 사심이 없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누구도 오래 눌러앉을 수 없기만을 요구한다. 꼭대기가 없는 원, 그 기구들이 일부 추첨으로 채워지고, 바뀌고, 해임될 수 있고, 열린 정보 아래 놓인 원은 몇몇이 그것을 악용하려 들어도 바로잡을 수 있는 상태로 남는다. 이때도 책임은 각 개인에게 남는다. 결정하는 사람은 자기 이름으로, 공개된 근거와 함께, 다른 누구와도 똑같이 자신을 구속하는 사법 앞에서 결정한다. 그래서 SOLIS는 더 나은 사람을 바라는 희망으로 권력의 물음을 풀지 않는다. 권력을 향한 인간의 유혹을 견뎌 내는 구조로 푼다. 바로 이것이 단단한 구상과 한낱 비전을 가른다.

공론장, 미디어, 그리고 해석의 주도권이라는 물음

사회가 무너지는 곳에서는 대개 그 붕괴에 앞서 하나의 상실이 있다. 현실에 대한 공통의 기준을 잃는 것이다. 제대로 작동하고 자유로우면서도 책임 있는 공론장이 없으면 사람들은 무엇에 기대야 할지 더는 알지 못한다. 권력 엘리트가 아무 통제 없이 이야기를 정하고, 사실은 무기가 되며, 시민들은 무관심이나 광신으로 빠져든다. SOLIS는 여기에 맞서 법적인 의미에서만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윤리적으로 뒷받침되고, 투명하고, 다양하고,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미디어 질서를 세운다.

이 질서는 두 가지 잘못된 형태 사이에 서서 둘 다 피한다. 권위주의 체계에서 미디어는 조종의 도구가 된다. 오직 이윤이 움직이는 체계에서 미디어는 주의를 돈으로 바꾸는 기계가 되어, 시청률을 내용 위에, 분열을 이해 위에 둔다. 그리고 디지털 공론장에서는 알고리즘으로 무엇이 지각될지를 정하는 여론의 독점이 생겨난다. 그래서 SOLIS에는 국가가 조종하는 미디어도, 이윤 극대화만을 좇는 시장도 없다. 미디어 조직은 검증할 수 있는 윤리 강령에 따라 일한다. 그 소유 구조와 자금 흐름과 이해충돌은 공개되어야 한다. 독립성은 미디어가 자유로우면서 동시에 책임을 질 때에야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로써 모든 열린 사회의 가장 어려운 물음이 떠오르며, SOLIS는 그것을 피해 가지 않는다. 자유로운 공론장은 공동의 결정을 허무는 의도적인 허위 정보와 조작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을 거짓으로 여길지 정할 수 있는 모든 자리는 그 자체로 가장 큰 위험이 되고, 역사에서 권위주의가 슬그머니 스며든 관문이 된다. 그러니 대답은 참과 거짓을 마음대로 처분하는 진리부에 있을 수 없고, 오직 절차에 있을 수 있다.

이 절차는 몇 가지 원칙에 기댄다. 국가의 사전 검열은 없다. 거짓되거나 해로운 발언에 대한 기본 대응은 삭제가 아니라 반론과 맥락 설명과 표시다. 그럼에도 개입을 검토할 때는 대립 당사자 절차를 따른다. 일부를 추첨으로 채운 심사 기구가 결정하고, 입증 책임은 무언가가 거짓이거나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쪽에 있으며, 근거는 공개되고,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 모든 것 위에 움직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 절차는 SOLIS 자체와 그 제도와 그 공직자에 대한 비판을 겨냥해서는 결코 안 된다. 정치적 반대는 무조건 보호된다. 바로 이 한계가, 조작을 막는 데 필요한 방어가 권력을 지키는 도구로 바뀌는 것을 막는다.

투명성은 미디어만이 아니라 질서의 기관들과 경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결정과 자금의 흐름과 이해충돌은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 영향력 행사의 등록부는 의무이고 공개되며, 시민들은 누가 어떤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 결정이 어떤 데이터에 바탕을 두었는지, 어떤 대안이 검토되었는지 알 권리가 있다. 끝으로 오늘날 대화의 중심 무대인 디지털 플랫폼은 순전한 사적 영역이 아니라 민주적 기반 시설의 일부로 다뤄진다. 그 알고리즘은 공개되고 검증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목소리도 공정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하고, 플랫폼 역시 앞서 말한 절차와 보호의 한계를 따른다.

그러나 가장 깊은 보호 장치는 개입하는 기관이 아니라 교육에 있다. 어려서부터 출처를 확인하고, 관점을 비교하고, 조작을 알아보도록 배운 사람들은 공론장의 왜곡에 맞서는 가장 강한 방어이며, 개입하는 모든 기관을 가능한 한 필요 없게 만든다. 그래서 미디어 질서의 목표는 정보의 완전한 통제가 아니다. 그 목표는 조작당하지 않고, 비판적이고 당당하게 판단하며, 스스로를 무너뜨리지 않고 다툴 줄 알고, 굴복하지 않고 들을 줄 아는 성숙한 사회다.

파수꾼과 계기

질서가 자기 상태를 재는 잣대에는 특별한 경계가 필요하다. 기본권의 보호는 관찰할 수 있지만, 목표가 된 지표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 그 의미를 잃는다. 숫자가 질서의 안녕을 좌우하는 곳에서는 사안 대신 숫자를 맞추려는 유혹이 커진다. 그러면 공동화는 공공연한 공격이 아니라 소리 없이 일어나고, 그동안 계기판은 계속 건강하다고 알린다. SOLIS는 이에 이중으로 대응한다. 잣대 자체가 바뀌고, 대립하는 관점에서 정해지며, 일부러 의심받는다. 그리고 잴 수 있는 관찰 옆에, 미리 준비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시민 중심의 심사가 선다. 그렇게 파수꾼만이 아니라 계기도 감시받는다.

질서는 어떻게 바뀌는가

배우는 질서가 자신을 잃지 않고 바뀌려면, 자기 규칙을 바꾸는 정해진 방식이 필요하다. SOLIS는 이를 위해 두 층위를 구분한다. 핵, 곧 다섯 가지 토대와 기본권과 장악을 막는 주요 안전장치는 정치의 일상에서 벗어나 있다. 어떤 의회도 어떤 관직도 그것을 건드릴 수 없다. 오직 시민 전체만이 그것을 건드릴 수 있으며, 그것도 높은 문턱을 넘어야만 한다. 큰 다수로, 충분한 숙의를 거쳐, 의결과 확인 사이에 시간을 두고, 한 세대를 넘는 기간에 걸쳐서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의회와 숙의형 참여 체계를 통해 더 자유롭게 움직인다. 그렇게 따로는 실패하는 것들이 결합한다. 그것 없이는 질서가 굳어 버리는 유연함과, 그것 없이는 질서가 자신을 내주고 마는 단단함이다.

떠날 권리

이 책이 시민 전체에게 믿고 맡기는 성숙함에는 질서를 안에서 거부할 권리뿐 아니라 그것을 떠날 권리도 포함된다. 다섯 가지 토대 아래에서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남아 있도록 강요받지 않는다. 떠날 권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안전장치다. 떠나도 되는 질서는 출구를 잠가서가 아니라 자신이 이루어 내는 것으로 설득해야 한다. 이 권리가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지렛대가 되지 않도록 어떻게 정리되는지는 세계 질서를 다루는 장에서 다룬다.

널리 전해 주세요

SOLIS는 오직 독자에게서 독자에게로만 퍼집니다. 이 장이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면, 이 글을 읽어야 할 한 사람에게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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